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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이야기

방황하는 청춘을 다룬 학원액션만화 "폭음열도"

첫 명작만화로 소개하는 작품은 2004년 국내에서 출간된 "지뢰진"의 작가 타카하시 츠토무(TSUTOMU TAKAHASHI)의 장편 학원액션물 "폭음열도"이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오토바이 폭주의 세계를 그렸고 배경은 1980년대초 일본의 중고등학교와 도쿄를 중심으로 묘사되었다. 


실제 작가 타카하시가 학창시절 겪었던 학원폭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하는데 폭주의 경험과 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방황하는 청춘의 고뇌와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일탈의 모습은 국적을 떠나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성실하고 인자하지만 무능한 아버지와 그런 남편에 지쳐가는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을 시작하는 주인공 타카시. 먼저 다니던 학교에서 작은 말썽이 문제가 되서 전학을 가게 된 타카시는 전학온 학교에서 동급생 마츠히코와 친분을 쌓게 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폭주의 세계를 동경하게 된다. 


그렇게 타카시는 개인적 일탈에서 나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폭주써클 ZEROS의 일원이 되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며 어디라도 자유롭게 자신을 데려다줄 바람같은 혼다에 매료되어 버린다. 염색을 하고 담배를 피고 새벽끝까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상대 폭주써클과 복수혈전을 펼치면서 자신의 존재감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로를 받으려는 타카시.



하지만 그의 반황과 일탈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 현실로 잊혀져가는 선배들을 보면서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결정적으로 가장 친했던 친구 마니옹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일탈 이후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남을 완벽한 폭주를 하지 못하면 사회 나가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죽은 친구의 1주기를 맞아 역사상 없었던 극락, 레드엠퍼러 등 경쟁 폭주족과 합동 폭주를 계획하게 되는데.. 



"폭음열도"는 전형적으로 일본색채가 많이 깃든 작품이다. 일본작품에서 종종 보는 선정성과 폭력성 그리고 반사회적인 언행과 일탈 등이 이 작품에서도 다수 등장하고 타카시의 폭주써클명이 제로스인 것 역시 태평양전쟁 당시 활약한 일본의 주력 함상기 제로센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같다. 


또한 주인공 타카시가 입은 옷에 새겨진 특공이라든가 인간어뢰와 같은 단어는 태평양전쟁 말미 일본제국주의의 마지막 발악이었던 가미카제자살 공격과 자살어뢰 공격의 일환인 가이텐의 미화가 은연 중 녹아들여 있는게 아닐까 짐작되기도 한다. 하여 마냥 이 작품의 열렬한 환호는 유보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과 구분해서 평가하면 사춘기 일탈하는 청춘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그들 나름의 시각과 모습을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