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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미스테리영화

미스테리영화 "어느날" 결말과 해석

스포일러가 있을수 있으니 꼭 보신 분만 읽기 바라며 글을 쓴다. 아내의 장례식을 마친 후 어느날 회사에 복귀한 강수(김남일분)는 회사로 찾아온 처남에게 전직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모욕적인 말을 득고 폭행을 당한다. 마치 자살을 택한 아내의 죽음이 자신의 결정인것처럼. 


한편 상중으로 밀렸던 회사업무를 후배로부터 넘겨받은 강수는 다시금 일에 몰두하는데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서 그곳에서 식물인간이 된채 누워있는 미소(천우희분)를 보고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과 다시 조우하며 괴로운 감정에 휩싸인다.


보험회사 직원으로써 보험회사의 이익만을 강요하는 현실과 죽은 아내에 대한 괴로움이 동반하여 마시게 된 술이 강수를 늦은밤 다시금 미소의 병실로 이끌고 강수는 그곳에서 어이없게도 누워있는 미소의 영혼을 보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미소는 어린시절 어머니의 버림을 받고 보육원에서 자란 시각장애인으로 보호자도 없이 쓸쓸히 병상에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었는데 사고 이후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채 강수 눈앞에 나타난다. 정확히는 강수 눈에만..


그렇게 만난 강수와 미소는 친구처럼 무심한듯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 미소의 아픔과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한 강수는 그녀의 보호자이자 어머니를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한편 강수는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주기 위해 조사하던 중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간 그날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소에 대한 현상태와 그녀가 처한 사실을 그녀의 어머니(정선경분)에게 전한다.


하지만 무책임했던 자신의 과거행동이 부끄러워 섣불리 미소의 보호자로써 나설 수 없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미소의 어머니로써 보호자로써 그녀를 돌보기 시작하는데 미소의 영혼은 자신으로 인해 힘들게 될 앞으로의 어머니가 가엽고 안쓰럽기만 하다. 결국 가망이 없는 자신의 생명을 붙잡고 있기 보다 남은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선택을 하고 강수에게 자신이 편히 잠들수 있게 도와달라 부탁하는데,



아내의 오랜 투병과 죽음을 겪으며 마음이 쇄잔해진 강수는 그녀의 부탁을 완강히 거절하지만 과거 아내의 힘든 병간호를 하면서 초심과 다르게 변해가던 자신의 이기심 그리고 투병 중 자살을 결심한 아내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서 괴롭지만 미소의 뜻에 따라 그녀의 병실 호흡기를 떼어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기실 이 영화는 표먼적으로는 다소 간단명료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유체이탈과 유체이탈한 영혼과 인간이 교감하는 지금껏 많이 보아왔던 영화의 소재로 인해 신선함이랄까 흥미로움은 다소 부족한게 사실이다. 또한 비슷한 소재를 다룬 일련의 드라마와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등장해 극적인 재미를 주는 역시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이 많은 안락사와 같은 문제에 있어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는 방식이 좋았고 묵직하진 않지만 비워진듯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차곡차곡 메워가듯 풀어내는 서사는 사색적이며 아름다웠다. 태어날때부터 본적 없었던 세상과 영혼이 되어 만나게 된 천우희의 미소 연기가 좋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히 현실적인 샐러리맨으로써 또 상처입은 남자로써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모자라지 않게 딱 중도의 현실 어딘가에 있을법한 강수를 연기한 김남길 역시 감정이입될만큼 훌륭했다.


한편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전 즐거이 보았던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더"가 연상되기도 하였는데 크진 않지만 오롯이 따뜻한 시선과 사색적인 분위기로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이런 작은 영화의 등장도 크고 화려한 블록버스터 못지 않게 현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느끼고 고민해볼 영화로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함께 감상한 지인의 세번의 졸음과 엔딩 후 한동안 계속된 푸념은 이 영화의 호불호를 낳을테지만.